남미에 대한 열병이 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계속 남미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알아보고 또 알아본다. 특히 내가 교환학생을 했던 멕시코 현지 채용에 대해 몇 달째 알아보는 중이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멕시코 취업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 이 나이에 대기업에 들어가서 현지 주재원으로 나올 자신이 없으니, 현지 채용을 대신 알아본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 진짜 멕시코에서 일하고 싶은 게 맞아?'
사실 멕시코에서 일한다고 하면 벌써부터 생각나는 빡침 포인트가 몇 가지가 있다.
1. ahorita 문화 : 지금 당장이라는 뜻이지만 지금은 절대 하지 않겠다(언제 할지도 모른다)라는 말로 해석하면 된다.
2. 말도 안되는 시간 개념 : 약속을 오후 1시에 했다면 3시에 나가라. 그래도 기다릴 것이다.
3. 되는 것이 없지만 안 되는 것도 없는 문화.
4. 느긋한 문화 : 비만 오면 배수가 안되어서 잠기는 도로가 있었다. 하지만 멕시칸들은 절대 고치지 않는다. 왜냐면 내일이면 다 말라 있을 거니까!
여기에 다가 현지 채용은 그리 괜찮은 조건이 아니다. 실제로 내가 께레따로에 있을 때도 현지 채용으로 오신 분들을 본 적 있는데 워라밸도 없고 급여도 그리 많지도 않았다. 멕시칸과 코리안 사이 어디 즈음에서 꽤나 많은 차별을 받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걸 다 알고도 자꾸 알아본 나는 무엇인가.
단순한 좋은 기억에 대한 향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신나고(아직까진) 역동적이고 도전적이었던 20대 중반에 남미 세계 여행과 께레따로 교환학생 시기를 정말이지 즐겁게 보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실실 웃음이 나올 정도로 정말 좋은 기억이었다.
학창 시절의 좋은 기억은 꽤나 강력한 것이다. 힘이 들 때나 좋을 때나 그때 그 기억이 떠오르면서 자꾸만 향수가 강해져만 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특히 현실이 안정되면서도 불만족스러울 때 자꾸 그때로 돌아가고만 싶은 것이다. '그래 나 그때 경험이 있어, 까짓 거 못할 거 없잖아?' 하면서.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버리고 가는 것이 맞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라고 하기 어렵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것, 그러니까 같은 생김새와 같은 언어,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에서 산다는 것은 엄청난 혜택이다. 너무도 당연해서 우리가 가끔 까먹을 뿐이다. 심지어 그런 환경에서 적당한 사회적 배경까지 있다? 그럼 이건 엄청난 힘이다. 이런 걸 다~ 버리고 간다고 하기엔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의 조건이 좋지 않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최근의 고민들을 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차라리 여기서 열심히 재테크 해서 멕시코는 놀러 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멕시코에 한번 더 가보려고 한다. 내 기억 속의 느낌이 맞는지 실제로 보면, 그것이 맞든 아니든 한편으로 입장 정리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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