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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축산이야기

이베리코 흑돼지, 과연 도토리를 먹고 자랐을까? - 돼지고기 알고 먹자!

by 바나나맛완 2020. 10. 30.

출처: http://mnews.imaeil.com/EconomyAll/2018091415001020606

요즘 정육식당을 가보면 '도토리를 먹고 청정자연에서 자란 이베리코 흑돼지'라는 문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청정자연', '도토리', '4대 진미' 이 세 가지는 이베리코 흑돼지를 대표하는 키워드입니다. 호주산 소고기가 청정의 이미지를 내세우듯, 이베리코도 이러한 청정 이미지와 자연의 이미지로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실제로 식당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베리코를 취급하는 식당들이 우후죽순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이베리코는 과연 그들이 말하는 이베리코가 맞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입니다. 그 이유를 세 가지 사실을 근거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먼저, 이베리코 돼지에 대해 논하자면 이베리코 돼지가 무엇인지 부터 알아야 합니다.

출처: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es/fotografia/foto-del-dia/peninsula-iberica-desde-espacio_10222

 

이베리코 돼지란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에서 서식하는 고유의 돼지 품종으로서 그 지역의 이름을 따서 이베리코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흑색 혹은 회갈색의 피모를 갖고 있고 육질이 부드러운 것이 이 종의 특징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이베리코의 뒷다리를 이용해 하몽(jamon, 스페인식 햄)을 만들어 먹습니다. 하몽을 만들 때 도토리를 많이 먹고 자란 돼지의 고기를 사용하면 풍미가 더 좋아져 도토리를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후지(뒷다리)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삼겹살과 같은 기타 다른 부분들의 재고가 많이 쌓이는 수급 불균형의 문제도 있다고 합니다.

 

출처 : https://www.enriquetomas.com/es/blog/caracteristicas-y-origen-del-cerdo-iberico/


 

내가 먹는 이베리코가 도토리를 먹은 그 이베리코가 맞는가? - 1. 등급의 차이(순종, 잡종 및 사육방식)

 

출처 : blog.naver.com/do310do

 

첫 번째로, 이베리코라고 해서 모두 같은 이베리코가 아닙니다. 위의 등급표를 보시면 베요타 100% ~ 데 세보 까지 총 4개의 등급으로 나뉘는데요,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도토리 먹고, 청정 자연에서 자란' 진짜 이베리코 돼지는 베요타 100%만 해당됩니다. 순종을 제외한다면 베요타 단계까지만 도토리를 먹고 자란 돼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이미 다른 돼지(스페인산 백돼지)의 혈통이 많이 섞인 교잡종이고 도토리가 아닌 사료를 축사 내에서 먹은 개체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돼지와 종 외에는 전혀 차이가 없는 것이죠. 따라서 부분적으로 현재의 마케팅은 조금 과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산이라고 이베리코는 아니다? - 2. 돼지 종의 차이

 

출처 : https://www.enriquetomas.com/es/blog/glosario/cerdo-iberico/

 

스페인 안에는 이베리코 돼지 이외에도 듀록, 랜드레이스, 요크셔 등 많은 종들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100% 이베리코는 모계(madre)와 부계(padre) 모두 이베리코 품종이고, 그 밑으로는 부계에서 잡종이 섞이기 시작합니다. 이 말은 즉, 스페인에서 생산된 돼지고기 중엔 이베리코 외에도 다양한 품종이 있다는 말입니다. 이베리코 품종 내에서도 순혈도, 혼혈도가 다르지만 이런 사실을 차치하도라도 수많은 품종이 있습니다.

따라서, 스페인산이라고 해서 모두 이베리코라고 볼 수 없으며, 이베리코라고 해도 다 같은 이베리코라고 볼 수 없습니다.

 

스페인에서도 이베리코 베요타 100%의 생산량은 극히 제한적이다 - 3. 현지 생산량의 한계

 

출처 : https://www.amazon.com/Yarssir-Artificial-Decoration-Thanksgiving-Christmas/dp/B07FR43JVW

 

마지막으로 이베리코 베요타 100%의 사육 방식은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이 등급에 속하려면 다음의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최소 14개월령이 넘어야 도축되어야 할 것

둘째, 매년 10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Dehesa(방목지)에 들어가 최소 60일간 방목되며 46kg 이상 증체 될 것

셋째, 도축은 매년 12월 15일부터 3월 31일 안에 이루어질 것

넷째, 순종 이베리코 일 것

네...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죠. 일단 최소 개월령이 14개월이라는 사실로부터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산 돼지가 180 ~200 일령 사이에 출하되는 걸 생각하면 매우 긴 시간이죠. 또한, 도축이 되는 날짜와 방목지에 들어가야 하는 날짜가 모두 정해져 있습니다.이러한 이유로 스페인 본토에서도 등급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생산하기 어려운 기준 때문에 실제 이베리코 베요타 100%의 생산량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출처 : blog.naver.com/do310do

 

스페인의 2016년도 공식 자료를 보면 스페인(Espana)에서 16년도에 3,194,712 두의 돼지가 도축되었고 그중에 베요타 100% 등급은 9.01%에 그쳤습니다. 교잡종을 포함한 전체(베요타 등급)로 따져도 20.15%로 100마리 중 20마리 정도만이 베요타 등급이었습니다.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베리코 데 세보 등급(Iberico de Cebo)이 59.16%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데 세보 등급은 최소 2 제곱미터의 공간에서 10개월간 일반사료를 먹여 키우고, 최소 115kg에 출하한 교잡종 개체입니다. 즉, 국내산 돼지와 월령에서만 차이가 날 뿐 사육 방식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는 돼지입니다. 이베리코 돼지의 이미지와는 상당한 괴리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따라서, 이베리코라도 다 같은 이베리코가 아니며, 우리가 생각하는 '도토리', '청정자연'의 이베리코는 1년에 단 10%도 생산되지 않습니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충분히 매력 있고 맛있는 돼지 고기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과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건 반드시 고쳐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 여러분들도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드실 때 등급을 반드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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